Wake Up Call
얼마전 면접 하나를 보고난 뒤 너무 속상했다.
이전까지는 면접엔 떨어지더라도 딱히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한 기업의 면접관이 아주 직설적으로 피드백을 준 덕분에 면접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개발자로서 얼마나 별로였는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까다로운 질문을 주는 면접들도 경험해봤지만 그게 면접관이 생각하는 정답인지 아닌지를 떠나 대부분 대답이 막혔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잘봤다고 생각했음에도 떨어지고 나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나의 답변들이 계속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만 훑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가 개발자가 되고 지금까지 잘 일해왔던 건 운빨도 크게 작용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겸손하지 못하고 내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코로나 이후 IT붐을 잘 타서 그 당시에는 면접을 보면 다들 좋게 봐주는 분위기였는데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느라 취업 한파인 지금, 회사들의 싸늘한 분위기에도 눈치를 못 챙기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가 하면 그냥 전반적으로 다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시키는대로 구현할 줄 밖에 모르면서 어쨌든 일은 하고 있으니 연차에 맞게 1인분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지낸 것 같다. 공부는 어떤 기술을 쓰는 방법에 대한 표면적인 것들만 하고 실질적으로 그 기술이 동작하는 원리에 대해서까지 깊게 파고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회사에서 쓰는 기술에 대해서도 관성적으로 사용했을 뿐 그 배경에 대해서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의존성 주입이라던가 단일책임 원칙 같이 기본적인 개념 좀 썼다고 스스로 너무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일을 해왔으니 회사에서 한 고민들이 기억이 날 턱이 없다. 면접마다 이 기술은 어떤 배경으로 사용하셨나요? 라던가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하셨나요? 어떤 피드백을 주고 받아봤고 그 결과 어떤 결정을 왜 하게 되었나요? 같은 질문을 하는데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답변이 제대로 나오지를 못한다.
이력서나 면접은 결국 나를 회사에 셀링하기 위한 과정이고 회사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역할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가 드러나야 하는데, 그런 알맹이가 전혀 없이 ‘이 정도면 괜찮은 개발자지’라는 마인드로 겉만 그럴듯하게 꾸며놓으니 아마 지금까지 본 회사들은 ‘음…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는데… 굳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나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인데 뭐라도 되는 줄 알고 회사들을 재가면서 왜 취업이 안되지?라며 찡찡거리고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잘 취업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다면 내가 확실히 문제가 있는건데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스스로를 깨부숴야 한다. 나는 4년차에 걸맞는 개발자가 아니었다. 물경력 그 자체였고, 신입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도 있다. 그리고 공부 방법도 바꾸자. 어떤 기술을 그럴듯하게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 기술을 쓰기로 결정했고 그 기술은 어떻게 동작하는지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자. 새로운 기술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이 중요한 이유는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도망가지말고 제대로 해보자. 깨지고 부숴진다 하더라도 다시 만들고 더 나아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