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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발이 재밌지?

최근에 알게된 개발 관련 유튜브 채널인데 오늘 올라온 영상을 보면서 뜨끔했다.

다행인지 이제 나름 머리가 컸다고 영상을 보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도 많고 신입 때를 생각하며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기술블로그 관련 내용에서는 마음이 좀 아팠다…

불과 지난달까지도 뭐라도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드러내봐야겠다 싶어 [백엔드 기본 개념 정리] 라며 글을 작성했는데, 개념 정리에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글 정리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있고 그 시간에 차라리 그냥 개발 관련 서적을 몇 페이지라도 더 읽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또 조금 주춤한 상태)

진짜로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그걸 정리하고 전파할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쓰는거면 모르겠는데 이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블로그 채우기용으로 쓰는 건 저 영상에서 말하는 이미 지나간 포맷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그보다도 좀 더 본질적으로 나는 개발자로서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마다 개발자로서 갖고 있는 재능의 영역이 다르다면, 그래서 공식이 아닌 개인적인 전략을 찾아야 한다면 나의 영역은 무엇일까?

블로그 사례와 반대로 한 가지 다행이라고 느낀건 깃허브 잔디에 집착하진 않았는데도 나름 유의미하게 채워져 있다는 건데, 6월 전까지는 회사 업무로 채워져있긴 하지만 이후로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잔디가 채워졌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정말 오랜만에 ‘개발이 재밌다!’라고 생각했다.

개발자가 된 건 순수하게 개발이 기획보다 더 재밌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2018년, 스마트폰이 나오고 IT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지도 이미 꽤 시간이 흘렀는데 나는 여전히 그것들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도 모르고 개발자 팀원에게 내 아이디어를 구현시켜 달라며 부탁만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맨날 부탁만 하는게 싫어서 직접 ‘코딩’이란거를 해봤는데 html, css, javascript만 사용한 허접한 웹사이트였지만 어쨌든 내가 머릿속으로만 그렸던게 화면 안에 진짜 웹사이트가 되어있었다.

챗지피티도 나오기 전, 혼자 생활코딩 강의와 스택오버플로우에 의지해가며 몇시간씩 끙끙거렸지만 어쨌든 뭔가가 내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마치 레고 같고 재밌었다. 본격적인 개발자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은 훨씬 많았고 대체 뭘 배워야 할지 조차 모르는 상태였지만 순수하게 가장 재미를 느끼던 시기였다.-

그런데 역시나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면 즐기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1년차 때는 그래도 일조차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었는데, 2년차 때부터는 배워야할 것들은 많고 새로운 기술 트렌드들은 쫓아가기가 조금씩 버거운 것 같은데 주변엔 재능있는 동료들이 많으니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벗어나 조금씩 임포스터 신드롬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임포스터 신드롬을 발판 삼아서 강박에서 벗어나고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즐겼는가?’ 생각해보면 그러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재미, 즐거움의 가치는 낮춰 생각하고 성공과 인정이 일을 하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회사라는 일종의 프레임워크에 갇혀 접해보지 못했던 기술이나 패턴을 사용해보고, 또 어찌보면 기술적인 목적 보다도 내가 그냥 만들고 싶어서 하는 프로젝트들을 하다보니까 확실히 재밌다. 그리고 재밌으니 더 몰입해서 하고 있다.

회사 일은 퇴근하고 나면 지쳐서 처다보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개발하다가 뭐가 안 풀리면 새벽까지도 붙잡고 있는다. 컴퓨터 의자의 쿠션이 다 납작해져서 엉덩이가 베기는데도 ‘내 엉덩이가 이렇게 무거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 앉아있을 때가 많다.

영상을 보다가 “그나저나 왜 요즘 개발이 재밌지?”에서 시작된 글이었는데 질문이 잘못 되었던 것 같다. 어떤 원인 때문에 재밌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재밌었는데 다른 가치들 때문에 가려져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오… 그렇다면 내 강점, 재능은 순수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점인 것일까?

재밌는 일을 하면 재밌는 거고, 재미 없는 일을 하니까 재미가 없는거였다.

                                       (그것이 재미니까, 끄덕)

다음 직장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재밌는 곳에 가서 진짜 재밌게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