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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 Person, Right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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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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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인터뷰들을 진행하며 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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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30, 2025 05:54 AM
지난 이직 때는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일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고 지금이 아니면 완전히 생각을 비우고 커리어를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없을 것 같아 퇴사 후 당분간은 쉴까 했다. 그런데 막상 쉬어보니 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도 않고 결국 의미 없이 시간만 보내게 될 것 같아 다시 취업 활동을 시작했다. 역시 노는 것도 기본적으로 할 일이 있어야 재밌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일주일 사이에 면접을 세 개나 보았는데, 면접을 보며 느낀 부분들이 많아 회고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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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A.
글로벌 소셜 서비스를 운영중인 곳이었는데, 사실 개발 포지션이 아니라 PO 포지션을 위한 인터뷰였다. 헤드헌터가 내 초창기 창업/기획 경력과 해외 업무 역량을 보고 추천을 해준 것이었는데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인터뷰 수락을 했다.
개발을 하면서 연차가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실무에서 멀어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 때가 되면 결국 리더로서 PO의 역할을 해야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당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 PO 업무를 결국 조금 앞당겨서 지금 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할 것인가의 문제 정도로 바라보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제가 틀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더 자세히 들어보고 인터뷰 경험도 쌓아보자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우선, 인터뷰 전에 회사 구성과 프로덕트에 대해 리서치를 했는데, 프로덕트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은 것에 비해 해외 활성 유저가 많아서 놀라웠다. 회사 대표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아직 서비스 초기임에도 유저 타겟팅과 그 유저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이 명확했다. 비즈니스 내용과 목표가 아주 직관적이라서 만약 내가 이 서비스의 PO라면 기능적으로는 어떤 부분들을 개선시킬 것이고 기술적으로는 무엇들을 고려해야 할지가 쉽게 그려졌다. 팀에 합류한다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일지가 매우 명쾌했다.
다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에 비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금전적인 보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일을 계속 했을 때 몇 년 뒤에 내가 어떤 능력, 어떤 전문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가 중요한데, 그것들이 모두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만 그 결과를 통해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도박 같아 보였다.
게다가 PO도 사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책이고 좋은 PO가 되려면 그에 맞는 경험들이 필요한데, 인터뷰를 통해 정의 내린 회사A의 PO 포지션은 내가 그리는 좋은 PO가 되기 위한 로드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맨땅에 헤딩하며 서비스를 키우는 사람은 분명 초창기 스타트업들에 필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이미 해본 일이기도 하고, 내가 되고자 하는 리더격 포지션의 PO는 그보다는 경험치를 많이 쌓아올린 사람이며 이걸 지금 한다는 게 사실 자만심 가득한 말이 안되는 고민이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퇴사 후 내 앞에 놓여진 여러 갈래길 중 앞으로도 내가 선택할 길은 개발자의 길 뿐인가 고민하던 찰나에 기획보다 개발이 더 재밌어서 개발자가 되었고, 아직도 개발이 더 재밌으며, 여전히 개발 경험을 더 쌓고 싶은 내 마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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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B.
회사A와 마찬가지로 헤드헌터를 통해 추천 받은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개발자 포지션을 구하는 곳이었다.
사무실이 한국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두 군데에 있고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SaaS를 운영하는 곳으로, 회사 소개를 들었을 때는 개발 스택이 내 경력과 일치하고 미국 쪽과의 협업을 위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로 한다고 하여 직무 요구사항이 나랑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서비스 도메인이 생소해서 회사 소개만 들었을 때는 정확히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해당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챗을 진행했다.
커피챗이어서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예상하며 갔지만 이력서와 내 개인 깃헙을 기반으로 한 기술 질문들을 많이 줘서 사실상 면접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는데, 답변을 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와 대표에 대한 정보가 꽁꽁 숨겨진 기분이라 짧은 시간동안 원하는 정보를 듣기 위한 질문을 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특히, 이 회사의 서비스는 AI 솔루션을 제공한다고하여 포자랩스에서 했던 일처럼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 구현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커피챗을 마친 이후에도 결국 이 회사의 서비스가 정확히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고 개발자는 무엇을 구현해야하는 것인지 완벽히 알 수 없었지만, 회사의 직무 소개 및 기술 스택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직접 AI 모델을 연구개발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량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커피챗을 마치며 회사 대표도, 나도 서로에게 기대하는 포지션에 맞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여 불필요하게 시간을 더 쏟지는 않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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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C.
여기는 헤드헌터를 통하지 않고 채용 공고를 보고 내가 직접 지원한 곳으로, 나름 트렌디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B2C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다.
애초에 파이썬을 사용하는 B2C 서비스들이 많지는 않은 와중에 일단 나도 이 곳의 서비스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고 상세하게 적혀진 직무 소개만 봐도 내가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어 나름의 덕업일치와 성장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현재로써는 제일 가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일단 회고를 쓰는 지금은 다행히 1차 기술면접까지는 통과를 했지만 우선은 기술과제부터가 난관이었다. 파이썬으로 웹 API를 만드는 것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고 최근 2년 간은 주로 FastAPI로 작업을 했지만 개발경력 초기엔 Django+DRF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과제가 DRF 기준으로 주어져도 예전 기억을 살려서 하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과제를 시작하고 나니 설계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성장한 것에 비해 Django에 대한 지식은 개발 1년차에 머물러 있어서 생각대로 구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착각을 해도 아주 단단히 했다. 나는 내가 주어진 요구사항을 다 구현하고 테스트 코드까지 다 짜놓고도 2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과제를 시작하니 Django의 MTV + 시리얼라이저 패턴을 유지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구조를 만드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Django에 의존하지 않고 클래스들을 책임별로 다 뜯어내고 싶었는데 회사 기술 스택에 DRF가 포함되어 있으니 DRF 사용 능력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패턴을 유지하면서 클린 아키텍처를 적용할 방법이나 의존성 주입을 설정할 방법, 기본적인 Django 클래스들을 상속하여 사용하면서 어떤 메소드들을 오버라이드하여 사용해야 코드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을지 등을 파악하여 적용하고자 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모두 적용하기란 어려웠다.
결국 테스트코드는 쓰지도 못하고 아키텍처도 거의 그대로 둔 상태에서 8시간 동안 겨우 GenericView와 Serializer만 사용하여 간신히 과제를 마쳤다. 내 스스로가 생각하는 기대와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여기에서 떨어질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기술과제에 통과를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다음 난관인 1차 기술면접을 거쳤고… 사실 1차 면접이 끝난 뒤에도 떨어질 줄 알았다…
앞서 회사 A, B의 대표들과 얘기할 때도 긴장하지 않았고 웬만한 면접 자리에서 떨어본 적이 없는데, 회사 C의 기술 면접은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개발 공부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확장성을 갖는 아키텍처 설계라던가,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가독성 좋은 코드 작성, 속도와 성능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해왔는데 이번 면접에서 받은 질문들은 주로 안정적인 DB 구조 설계나 트랜잭션 조작에 관련된 부분들이 많았다.
어찌보면 기본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포자랩스에서는 mongo db를 사용하다 보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들이었다. 아니, 업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내가 직접 찾아서라도 공부를 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포자랩스에서 요구했던 업무 능력에만 매몰돼서 공부의 방향성도 그 범위 안으로 한정짓고 있었던 것 같다.
면접 질문 중에 포자랩스에서 내가 업무를 진행했던 방식 중 단점 혹은 고쳤으면 하는 점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설계 방식에 대해 선임이 제안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부분은 고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공부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공부 해야할 지식과 방향성도 회사 내에서 알게모르게 형성된 문화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받는 바람에 과제와 마찬가지로 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보다 못한 답변들을 했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잘 모른다고도 여러번 대답해버렸다. 거기에 속으로 ‘괜히 이렇게 말했나?’ ‘이건 이렇게 대답하지 말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답변들도 있었기에 더더욱 떨어질거라 생각했다. 기대가 없으면 별 생각도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니 마치 짝사랑하듯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쨌든 정말 다행히 1차 면접까지는 통과를 했다. 괜한 걱정과 생각들로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고는 있지만 좋게 보면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일단 내 자만심을 제대로 깨트려 주었고, 떨어져가던 공부 의욕에 다시 장작을 넣어 불을 지펴주고 있다. 2차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제발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한 노력의 원동력을 얻었으니 당분간은 정체되지 않고 계속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